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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대사

    트레플료프

    ‘(꽃잎을 뜯으면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웃는다) 보세요. 어머니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유를 아세요? 어머니는 밝고 유쾌하게 살고 사랑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고 싶어 하죠. 하지만 저는 벌써 스물다섯이에요. 절 보면 어머니는 당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시는 거예요.’

    ​줄거리

    아르카지나(이리나)는 중년의 유명한 여배우다. 사별한 남편 사이에 아들 트레플료프(콘스탄틴)를 두고 있고, 성공한 극작가 트레고린과 연인 사이다. 시골엔 그녀의 오빠 소린과 아들이 살고 있다. 트레플료프는 니나라는 여인과 사랑을 하고 있고, 가족들을 위해 직접 쓴 극으로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기존의 현대극의 반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추구했던 트레플료프는 어머니와 대립이 있었고, 결국 무대를 비꼬고 무시하는 어머니의 말에 화가 나 중간에 막을 내린다. 아르카지나는 내일 시내에 나갈 말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소린의 영지 관리인 샤므라에프는 농사 때문에 줄 말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에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트레고린과 함께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한편 어머니에게 느낀 모멸감과 니나의 외면으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트레플료프는 권총으로 자살시도를 하다 머리를 다친다. 그리고 자신보다 유명한 트레고린에게 관심을 보이는 니나 앞에 총 쏴 죽인 갈매기를 던진다. 자꾸만 상징적인 것들을 얘기하는 그가 힘든 니나는 그를 떠난다. 여배우로서의 명예를 욕심내는 니나는 트레고린에게 이끌렸고, 떠나기 전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갈등하는 트레고린은 아르카지나에게 하루만 있다 떠날 것을 부탁하지만, 곧 니나에 대한 마음을 눈치챈 그녀는 눈물로 호소하고 결국 트레고린은 갈대처럼 다시 그녀와 떠난다. 그리고 니나는 자신을 방해하는 아버지를 떠나 여배우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고, 트레고린과의 밀회로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아이는 죽고 그와 헤어지면서, 니나는 삼류배우로 전략하게 된다. 소린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에 아르카지나와 트레고린은 다시 시골로 내려온다. 의사 도른은 가망이 없음을 전했고, 트레플료프는 어느새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를 짝사랑했던 관리인의 딸 마샤는 마음을 접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던 교사 메드베젠코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니나가 이곳에 몰래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동안 니나를 쫓아다녔지만 그녀는 트레플료프를 만나 주지 않았고, 두 사람이 이곳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오늘에서야 트레플료프를 만나러 왔다. 니나의 정신은 온전치 못했고 자신을 갈매기와 혼돈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자는 그의 제안에도 니나는 여전히 트레고린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채 거절한다. 그리고 트레플료프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죽음을 목격한 도른은 트레고린에게 그가 자살을 했으니 조용히 그녀를 데리고 떠나라고 얘기하며 막을 내린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이 장면이 생략되면서 그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했다.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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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길 갈구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중 아르카지나, 트레고린, 니나, 그리고 트레플료프 이 네 사람의 엇갈린 운명은 지독한 사랑과 예술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고 나약한지 보여준다.

    트레플료프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아르카지나는 오만하고 우월감에 사로잡힌 여인이다. 공주처럼 살고 모성애 없는 그녀로 인해 트레플료프는 늘 사랑에 굶주렸다. 거기다 어머니는 자신의 꿈을 무시하고 짓밟는다. 구와 신의 대립은 어느 예술 분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들의 갈등은 깊어졌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들의 연극을 무시했다. 그리고 아들의 열등감을 건드리며 재능이 없는 놈이라고 말한다. 트레플료프의 성품은 이러한 결핍에서부터 생겨났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러나 어머니에 이어 사랑하는 여인 니나마저 떠나간다. 더군다나 자신보다 성공한 작가 트레고린에게 맘을 뺏겨버리자, 그의 자존감은 땅 끝까지 떨어진다. 니나는 트레고린으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갔음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음에도 어머니는 그의 작품조차 읽어보지 않았다. 트레플료프에게 삶의 의미가 더는 남아있을까.

    아르카지나는 유명한 여배우다. 오빠는 가난한 시골에서 아파하는데도 그녀의 사치와 미모 유지에만 돈을 쓴다. 과거 자신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아직도 스스로를 청춘이라 여기며, 20대의 마샤와 외모 비교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요구를 무시하는 사람에겐 발끈하며 멋대로 군다. 주변인들의 칭찬을 받아먹으며 공주처럼 사는 그녀에게 세월의 흐름이란 큰 걸림돌이다.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아들은 그녀에게 반항하는 어리석은 놈이었다. 분명 두 모자는 서로 사랑하지만 받고 싶은 갈증이 더욱 컸기에, 서로를 보듬어주지 못했다. 아직 여인으로써 사랑받고 싶은 욕구는 그의 애인 트레고린을 붙들어 둔다. 자신보다 젊고 예쁜 니나에게 흔들리는 것을 알지만 눈물로 그를 호소한다. 그리고 또 늦게 따라와도 괜찮다고 그를 떠보며 자존심도 지켜낸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지켜 내기 위해 늘 예민하고 또 외롭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것들은 모두 온전치 못하다. 사랑도, 아름다움도. 그녀 곁엔 이제 아무도 없다. 소린도, 사랑하는 아들도, 그리고 언젠간 그녀를 떠날 트레고린 마저.

    트레고린은 유명한 극작가다. 그는 사랑, 명예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온전치 못하고 유약하다. 그에게 사랑이란 어쩌면 명예를 위해 글을 쓰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을까? 아르카지나는 그에게 걸맞은 여자일 것이다. 품격, 아름다움, 유명한 여배우라는 지위, 그리고 그의 작품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아보는 안목.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녀의 아들은 그를 질투한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여인 니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아르카지나와 상반된다. 10대의 어리고,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꿈과 명예를 동경하는. 늘 줏대 없이 이끌리고 쫓아가는 그의 사랑 방식에 처음으로 자유의지가 생겼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을 비롯한 세상 모든 존재들은 그의 노트 속 한 편의 글이 되기 위한 것들뿐. 그의 강박관념은 어쩌면 니나와의 감정마저, ‘호숫가의 아름다운 소녀를 파멸시키러 온 한 남자’라는 소설 소재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는 아르카지나와 니나 둘 다 취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끝내 총 맞은 갈매기처럼 그녀의 인생을 망가트리고 자연스레 아르카지나의 곁으로 돌아간다.

    니나는 갈매기처럼 자유롭고 싱그러운 호숫가의 소녀다. 배우가 되고 싶어 했고, 극을 쓰는 청년 트레플료프를 좋아했다. 우연히 만난 유명 작가 트레고린을 동경하게 됐고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됐다. 이 곳을 떠나 그가 있는 모스크바로 간다. 니나는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리고 동경하는 꿈과 이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니나는 총 맞은 갈매기처럼 추락했다. 모든 것을 잃고 버려졌다. 그럼에도 니나는 끊임없이 일어섰다. 형편없어진 연기에도 지방 공연을 하러 다녔고, 또 여전히 트레고린을 사랑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트레플료프에 대한 미안함에 그를 만나 주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녀는 다시 이 마을 근처로 내려와 여인숙에서 지낸다. 그리고 트레플료프를 만나러 간다.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함께 하길 바라는 그였지만 니나는 그럴 수 없다. 이렇게 망가진 자신이라도 여전히 사랑하는 그보다, 이렇게 자신을 망가트린 트레고린을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니나는 망가졌지만 여전히 꿈을 동경하고 사랑한다. 빛나는 명예보다 중요한 건 견뎌내는 능력이기에, 총 맞은 갈매기는 여전히 날갯짓을 한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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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가 파멸하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갈구하고 탐하는 인간의 본성은 너무나 아름답고 잔인하다. 사랑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얽힌 수많은 관계 속에서 그 욕망에 대처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사랑의 결핍, 재능에 대한 욕망, 명예에 대한 강박관념, 꿈을 향한 동경,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이 모든 욕망들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삶과 타협하고 관조하는 삶. 갖지 못한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며, 다 가진다고 하여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인간의 욕망과 서로의 관계성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아주 복잡한 것이기에, 떨어진 갈매기가 되기까지 견뎌내며 사는 것이다. 행복한 삶에 기준은 없고 정답은 없다. 우리의 존재만이 남을 뿐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기에 총 맞은 갈매기는 비단 니나 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욕망을 끌어안고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모두의 삶 이자 존재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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