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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아서밀러

    20세기 미국 연극의 거장 아서밀러의 작품은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가 뚜렷한 작품들로, 대표작으로는 <시련>,<세일즈맨의 죽음>,<다리 위에서 본 풍경> 등이 있다.

    미국 자본주의 아래 처참하게 붕괴되는 개인, 나아가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을 보여주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돈, 명예, 성공 이 모든 것들이 개인의 꿈과 행복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줄거리 

    극의 전개는 윌리의 정신분열 세계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실제와 허상을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된다. 극과 영화의 연출 모두 과거와 현재를 분명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흘러가면서, 혼란스러운 윌리의 내면과 비극적인 결말을 잘 암시하고 있다.

    윌리 로먼은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일해 온 동시에 두 아들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한때는 나쁘지 않았던 그였지만 현재는 봉급도 못 받고 1톤 트럭으로 왔다 갔다 운전만 하고 있다. 최근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잣말이 많아진 그는, 첫째 아들 비프가 집으로 내려오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과거 미국 땅에서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싶은 그의 욕망의 중심엔 키 크고 잘생기고 운동 유망주였던 그의 아들 비프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비프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취업도 못한 채 놀고 있고 둘째 아들 햅은 여자와 향락에만 빠져 산다. 윌리의 아내 린다는 지금 아버지가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린다. 윌리의 상태로 인해 비프는 예전에 밑에서 일했던 올리브를 찾아가 자금을 빌려 햅과 사업을 하기로 한다. 윌리는 사장 하워드에게 찾아가 더 이상 고된 세일즈 일을 할 수 없으니 적은 봉급으로 사무직 자리를 구하기로 한다. 하지만 윌리는 그 자리에서 해고당하고, 비프는 올리브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쫓겨나면서, 그의 오랜 습관인 도벽으로 인해 만년필을 훔쳐 달아난다. 윌리는 결국 친구 찰리에게 남은 할부금과 보험금 등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간다.

     

    찰리의 아들이자 비프의 친구인 버나드를 통해, 비프가 자신의 외도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자랑스러운 비프가 망가진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윌리와, 자신에게 헛된 기대를 거두고 그만 놔 달라는 비프는 말다툼을 하고, 끝내 비프는 윌리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만다. 비프와 무너진 가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자신의 죽음으로써 보험금을 받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곧장 차를 몰고 자살을 한다. 윌리가 말하던 유명하고 인맥 많은 과거의 영광과 달리 그의 장례식장에는 가족과 찰리, 버나드뿐이었다. 세일즈업 보단 손재주가 좋아 만드는 일에 행복을 느꼈던 윌리를 회상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등장인물

    윌리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인물로, 돈과 성공에 집착하는 현대인이다. 그가 꿈꾸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모습은 결국 스스로를 포장하고 허황된 욕망을 품게 한다. 그리고 그런 욕망은 자신과 달리 키 크고 인기 많고 능력 좋은 아들 비프에게 투영된다. 그의 잘못된 교육 가치관은, 도벽 습관과 폭력적인 성향도 오냐오냐해주며 넘어갔고, 아들에게 거는 기대감만큼 비프에게는 훗날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한다. 윌리는 비프 주변의 모든 부정적인 충고를 무시했고, 수학 성적 낙제 위기를 걱정하는 친구 버나드마저 ‘저런 놈은 인기 없는 놈이고, 우리 아들들이 커선 더욱 남자답게 잘 살 거야’라며 우습게 여긴다. 홀로 고되고 외로운 판매를 하는 그는 여직원과 외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외도를 호텔에 찾아온 비프에게 들키게 된 것이 부자관계가 틀어지는 시발점이 된다.

    비프는 미식축구 유망주였고, 잘나가고 인기 많은 학생이었다. 현재와 달리 자신감과 활기도 넘쳤다. 아버지의 허풍으로 인해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곱게 버릇없이 커온 비프는 수학 성적 F로 졸업 위기에 놓이게 되자 아버지에게 부탁하러 보스턴에 간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충격에 좌절하며 그는 진학을 포기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그의 인생도 비뚤어졌다. 린다는 우리를 위해 고생하다 늙은 아버지를 챙기지 않는다며 자신을 질책하지만 비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도 사실을 비밀로 한다.

    부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가정을 지켜왔다. 윌리와 비프, 그 누구도 찬송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 그들의 갈등은 극도의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 현대사회의 비극일 뿐이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고 막대함에도 남편을 끝까지 정성으로 돌보는 린다와,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햅을 통해서도, 그 시대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흥에 젖어 있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아들을 통해 아버지 시대가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 지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뜻에 따르겠다는 햅과 그 망상 같은 꿈에서 벗어나 기대를 버려 달라는 비프는 서로 다른 길을 떠나게 된다.

     

    윌리의 정신세계에서 지주의 역할을 하는 형 ‘벤’은 그의 이상향이자, 성공의 상징이다. 벤은 17살에 정글로 가 21살에 부자가 되었다. 벤은 윌리에게 함께 알래스카로 가서 돈을 벌기를 제안하다. 윌리는 그 시절 성공에 대한 자만으로 그것을 거절했고, 정신이 혼미해진 순간까지 두고두고 후회한다. 사장에게 모욕을 당했을 때, 아이들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감이 들 때, 마지막 죽음을 결심할 때까지, 고난과 선택의 순간에서 그는 죽고 없는 허상의 벤을 소환시킨다. 나의 삶이 의심스러울 때, 나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벤과 자문한다. 그리고 보험금 20000달러를 남겨 주기 위해 벤을 따라 환상 속 알래스카로 영원히 떠난다.

     

     

    리뷰​

    윌리네 가족 이야기를 그저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전 속 비극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도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그 기대 속에서 숨 막혀 허우적대는 자식들의 이야기는 뉴스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늘 특별한 아이였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왔다. 나의 그릇이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에 비해 한없이 좁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잘 할 수 있어 넌 성공할 거야’라는 말이 아닌 ‘이제 충분히 했어 넌 여기까지야’라는 말이 듣고 싶어졌다. 비프는 윌리에게 그런 격려와 응원이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신의 평범함을, 그리고 사람은 다 똑같고 평범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이십 대 중반에 이석원 시인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비로소 누군가의 기대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인정할 수 없었던 ‘평범하고 그저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허황된 희망을 품고 가족을 위해 살고 가족을 위해 떠난 윌리와, 이 세상에 남아 각자의 인생을 살아나갈 비프와 가족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고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보다 가치 있고 빛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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