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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한 청년이 ‘국물도 없는’ 인생에서 국물 좀 얻고자 속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쓸쓸하게 담아낸 희극. 주인공은 자신의 속마음을 극 중간중간 독백 형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하는데, 오직 연극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직관적인 흐름과 대화들은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한 세트 만으로도 분명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다양한 풍자와 유머는 재밌었지만, 순수한 주인공이 살아남고자 잘못된 ‘새 상식’에 눈을 뜨며 변해가는 모습이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위 ‘속물’들의 인생이 정말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 이근삼
대한민국의 극작가 이근삼은 1929년 평남에서 태어나 신의주 반공학생 사건으로 1946년 월남했다.
1960년 1월 단막희곡 <원고지>를 통해 문단에 데뷔하였다.
기존 사실주의적인 극에 반기를 들고 비상식적인 인물과 연극적인 재미를 통해 다양한 실험형식의 극작을 추구하였다.
대표작으로는 <국물 있사옵니다>,<유랑극단>,<이성계의 부동산> 등이 있다.
줄거리
주인공 상범의 독백으로 극은 시작한다. 서른하나에 가진 것 없는 평범한 회사원 상범. 평생 연애라곤 해본 적 없는 그는 같은 동에 사는 여자 용자 씨가 수시로 관심을 표하지만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한다. 그는 일요일에 심심해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예배당의 장로가 회사 사장이었던 것. 그는 덕분에 사장과 꽤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된다. 더군다나 그는 사장과 우연한 인연 덕분에 한 번에 진급하게 된다. 술에 취해 사고를 친 직원을 해고시키면서,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말단 사원 상범을 대신 정식 직원에 올려놓은 것. 진급도 하고,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그는 운 좋게도 사장과 친해지며 스파이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용자와 용자의 어머니는 저녁에 함께 영화를 보자고 한다. 마침 그의 형 상학이 와있었는데, 보려고 했던 영화가 자신이 봤다는 이유로 눈치 없이 형을 보내 버린다. 뭣도 모른 채 용자와 결혼을 꿈꾸며 김칫국 마시던 그는, 형으로부터 용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거기다 결혼 준비로 바쁘다면서 아버지 환갑잔치 준비와 비용 등을 모두 떠맡겨버린다. 용자를 뺏겼다는 상실감에 그는 흑화 한다. 평생 어리숙하게 손해만 보고 무시당했던 그는 이제 ‘새 상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하며 하나씩 쳐내기 시작한다. 경리과장이 회삿돈을 가불하고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이야기하면서 그가 잘리고 대신 경리과장 자리에 앉게 된다. 옆집 남자 탱크의 아내 현소희가 탱크를 기다리고 있자, 관리실에 전화를 해 그가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상심한 현소희를 집으로 들여 위로를 하며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사장의 며느리이자 경리인 과부 성아미와 박전무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것을 이용해 더 큰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출세 길도 열리고, 여자도 생긴 상범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날 집으로 가보니 현소희와 탱크가 자신의 집에서 뒹굴고 있고, 현소희는 이미 상범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이혼하고 싶으면 위자료를 요구한다. 탱크는 소희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큰 거액을 요구하고 회사에 강도인 척 잠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라지게 해준다는 건 현소희를 죽였다는 것이었고, 이에 상범은 사장의 소총을 들고 따라나가 그를 죽인다. 상범은 강도로부터 회사와 돈을 지켰다는 명예를 얻어냈고, 본격적으로 성아미에게 본심을 드러내며 협박을 한다. 결국 성아미와 결혼을 하고 이사로 승진한다. 동생 상철도 새 상식을 습득한 덕에 행정 직원이 되었고, 큰 형은 국민학교 선생으로 내려왔지만 가정에 행복을 느낀다. 모든 걸 가진 상범은 그럼에도 행복하지가 않다. 성아미의 임신 소식은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신혼여행 도중 다음 날 부산으로 내려오라는 사장의 지시에, 그는 성아미에게 부산 대신 먼저 서울로 올라가 있으라고 한다.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박 전무에게 전화를 걸고, 상범은 복잡한 심경으로 부산행에 몸을 싣는다.
리뷰
성공과 행복.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심오하게 생각해야 할 주제이지만 왜 이 두 가지는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상범은 국물 처세술을 터득한 덕에 성공했지만, 어쩌면 그는 좋아하는 여자를 멍청하게 형과 연결해 준 예전 어리숙한 때가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르겠다. 결국 도덕적 양심이 결여된 막연한 돈과 명예가 결코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상식으로 얻어낸 돈과 명예, 사랑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며, 그 불완전한 것이 불러오는 가짜 행복은 그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60년대에 발표된 극이지만, 현재에도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작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성공과 행복 앞에 자신의 행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재치 있게 우문현답을 내려줄 좋은 극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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