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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유진오닐

    유진오닐은 여리고 섬세하고 또 예민한 사람 같다. 부서질 듯 연약하면서 아름답기도 하고 ..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도 그의 자서전임을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남다른 사람이다.

    동정, 연민, 사랑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약간의 증오까지도..

    그의 모성애에 대한 욕구는 여기서도 드러난다. 이성을 향한 욕정도 결국 모성애의 부재로부터 출발한다.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을 때, 그의 외롭고 쓸쓸한 인생이 안쓰러웠고, 이제 그만 평화롭고 따듯한 긴 여로 속에서 행복하게

    잠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작품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유진 오닐' 이라는 개인의 생에 대해 더 크게 다가오는 희곡이었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욕망이란 사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결국 삶을 파멸로 이끄는 것 또한 그릇된 욕망에서 나온다.

    캐벗, 에번, 애비. 이 세 인물의 욕망은 '농장'을 배경으로 돌아간다.

    캐벗에게 이 농장은 그가 평생을 가꾸고 수확해 온 그의 인생 자체다. 신에게 운명을 맡기며 순응하는 듯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신처럼 전지전능하게 여기며 가족들의 피와 땀을 쥐어짜 내 농장을 일궈왔다.

    에번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곳곳에 깃들어있는 애증의 공간. 형들이 떠나감에도, 지독한 아버지 옆에 남길 선택하며 농장을 떠나지 않는다.

    애비.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외롭고 처절한 어떤 삶을 살아왔을 그녀는, 그녀만의 결핍으로 인해 소유욕이 어마어마하다.

    칠십 대의 노인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재산과 집을 갖겠다는 일념으로, 이 부자의 느릅나무 밑 세계로 들어온다.

    그리고 아직도 나에겐 딱 정의 내릴 수 없는 중간 기로에 있는 그 감정. 욕정과 사랑 그 사이

    그 간극에 서 있는 에번과 애비의 아슬아슬함..

    이 둘이 첫 만났을 때부터 심장이 쩌릿해오는 감정으로 출발해, 억제하려 애써보지만 터져 나오는 욕망의 심리묘사가 너무 좋았다.

    옆에는 캐벗이 뭐라고 떠들어대지만, 온 신경은 벽 너머 에번의 숨소리와 미묘한 공기에 집중되어 있는 애비.

    그 흐름을 타고 숨죽이며 벽 너머로 이끌리는 에번.

    이 기류를 연극으로 꼭 느껴보고 싶은 장면. 무대에서 어떻게 연출할지 너무너무 기대되는 장면이다.

     

    해석

    개인적으로 애비 개미쳤다 라고 느낀 건,

    어머니의 방에서 에번이 죽은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그 마음을 캐치하고서 모성애를 자극해 에번을 사로잡는 장면.

    물론 그 속엔 에번을 향한 연민과 진심이 들어있겠지만, 그녀의 폭스같은 면모가 잘 드러난다.

    그래서 결국 얘네는 뭘까? 생각해 보면, 육체적 욕망과 사랑은 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게 있어야 그게 있는 것처럼.

    그냥 단순히 생각하면, 서로의 결핍과 욕구를 채워주는 것 그게 전부인가 싶기도 하고...

    결국 인간관계의 근원은 여기서 출발하는 건가 싶고..!

    애비의 내면은 진짜 거대하고 어마어마하다.

    에번의 진심 만으로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벌을 받을 만큼 행복해하는 모습.

    하지만 아,,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승화구나!라고 하기엔 어딘가 돌아있고 찝찝하게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 그거에 정의는 없지만 욕망이라 표현하고 비극으로 치닫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인간에게 모든 생을 다 받칠 만큼 사랑을 주면서, 결국 또 다른 인간을 죽인다는 건,

    그거 자체로도 위선이고 그것이 광기에 사로잡힌 잘못된 집착과 소유욕에서 비롯된 비극일 뿐.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채 결코 그 둘의 사랑은 행복할 수 없쥐, 둘의 행복을 마냥 빌 순 없는 기분.

    그럼에도 둘의 사랑이 그 모든 죄를 받아들일 만큼의,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크기겠지

    진실을 알고 아들이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막상 죽이고 나니 내 아들이라고 소리치는 에번.

    오진 유닐의 삶 속에서도 느껴지는 마음이었을까? 자신의 탄생을 두고 죄책감과 원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족처럼..

    느릅나무란..

    캐벗과 대립되는 인간의 여러 감정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욕정과 사랑 등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지만

    길게 뻗은 가지가 집을 둘러싸고 있을 나무의 모습은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든다.

    에번과 애비의 욕망이 진행되어 갈수록 캐벗은 이 집 곳곳에 스며드는 어딘가 불쾌한 존재를 느끼고 있다.

     

    ​리뷰

    이 극이 선사하고자 하는 바는 잘 모르겠다 사실. 정확히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도덕성의 타락과 물질주의의 비극, 그릇된 가치관으로 추락하는 모습들.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일..

    근데 개인의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욕망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든 맹렬히 쫓는 욕망을 이길 건 없고, 따라오는 비극에 상관없이

    스스로 걸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그 길이라면, 모든 걸 감내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 그걸 이길 건 없다..

    누구나 분명 삶의 비탈길로 향할 만큼의 지독한 욕망이 있을 것...

    그러니까 누가 누구의 인생을 욕할 자격이 있겠어여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각자의 욕망을 향해 걸어갑시다구요~~

    ​명대사

    "내가 당신을 위해 노랠 불러줄게! 내가 당신을 위해 죽을게!

    울지마 에번! 내가 당신 엄마가 되어 줄게! 어머니가 당신한테 해주셨던 건 뭐든 다 해줄거야!

    키스해 줄게 에번!

    두려워하지 마! 순결한 키스를 할거야 에번. 마치 어머니가 당신에게 하는 것 같은 키스.

    그리고 당신도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 내게 키스를 돌려줄 수 있어. 내 아들 에벤...내게 잘 자라고 말하며 키스해 주려무나.

    날 떠나지마 에번!

    어머니와 아들처럼 사랑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모르겠어?

    지금 우리 사이의 이런 사랑이 당신과 나를 훨씬 더 1백배나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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