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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욕망을 가진 채 그 뜨거운 곳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팔짝팔짝 뛰는 고양이들은 행복할까?

    아니면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 채 내려오게 되면 그들은 행복할까?

    브릭은 매기에게 그만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내려오라고 말한다. 어쩐지 테네시 윌리엄스가 묘사하는 브릭은 인간의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초연한 모습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안절부절 초조하고 돈과 사랑을 갈망하며 뛰어다니는 메기는 훨씬 생기 넘치고 사랑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삶 속에서 행복과 욕망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우리 인간들은 삶이라는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무엇을 위해 그토록 버팅기며 내려오질 못하는 걸까

    등장인물 및 줄거리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욕망은 삶의 끄트머리에 내몰아진 빅파더에게도 예외는 없다. 허위와 위선 떠는 인간들 속에서 평생을 지친 그였지만, 그 또한 지붕 위의 한 마리 고양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무엇이 그를 평생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28 000 에이커의 농장을 가꾸고 천만 불의 재산을 모으도록 갈망하게 한 것일까?

    ​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빅파더는 나의 가난을 대물림시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나는 가장의 책임자로써 후손들이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장남 부부들은 끊임없이 그의 재산 상속을 욕심내고, 풍요로운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아내와 살아야 하는, 거짓과 허위 속에서 인생을 보내게 되고 결국 죽음을 앞둔 마지막 생일 파티가 되어서야 그가 추구했던 욕망과 그 위선 사이에 마주 서게 된다. 자신의 욕망이자 정작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나의 둘째 아들 브릭은 삶의 욕심도 희망도 버린 채 술에 쪄들어 살아간다.

    -나는 너를 위해 (결국 나의 욕망을 위해) 이렇게 구역질 나는 위선 속에서도 버텨내고 살아왔는데

    어째서 너는 모든 끈을 놓아버린 채 말라죽어가는 것이냐,

    인간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동물이고, 그 뜨거운 지붕 위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려면

    허위와 위선쯤은 감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거야 브릭,

    너를 막고 있는 과거의 거울을 잘 들여다보고 진실과 마주해야만 해

    고결한 척 순수한 척할 것 없이 너도 결국 죽어가는 누군가를 외면한 위선자일 뿐이잖아.

      내 아들이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인생은 행복했나요?

    희곡에서는 많이 묘사되지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빅파더와 브릭의 진솔한 대화를 더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빅파더의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늘 가난하고 고달파서 유산이라곤 달랑 밀짚모자 하나 남겨준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해서 자신은 그런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했던 당신이었지만 둘째 아들은 나보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무척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고, 그런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했었다고. 나는 내 아버지와 달리 풍족하고 부유해서 나의 자식들을 행복하게 해줬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욕망일 뿐, 나는 내 두 아들에게 사랑을 주질 못 했던 것이었다, 내 아버지와 달리. 그럼에도 나는 그저 그 사실들을 방관하고 외면한 채 이렇게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다. 내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고, 나의 죽음을 속이는 허위와 위선의 냄새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그 토악질 나는 냄새 속에서 살다가 떠난다. 빅파더와 마마는 메기의 임신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욕망은 죽어가는 삶을 다시 일으켜 굴러가게 하는 쳇바퀴인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발칙하지만 사랑스러운 메기의 욕망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금 내 아들 브릭을 과거로부터 벗어나 살아가게 해줄 끈이기에.

    브릭은 이 이야기 속 수많은 고양이들 중 유일하게 지붕 아래로 내려온 인물이다. 아니 어쩌면 떨어져 버렸다는 표현이 맞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브릭이라는 캐릭터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열정도 없고 의욕도 없고 모든 삶을 희로애락을 그저 멀리서 관조한 채 병약하고 안쓰러운 모습의 희멀건한 젊은이겠지만 폴 뉴먼이 연기한 브릭은 섹시하고 매력적이기 그지없다. 영혼 없는 눈빛이 주는 퇴폐미. 너무나 침착해서 아름다운 패배자의 매력이 그것이다. 내가 메기였어도 그에게 모든 내 열망을 바칠 것이다.

      브릭에겐 고집 센 독불장군에 어머니와 자식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다독여주지 못한 아버지,

    그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며 이리저리 말이나 옮겨 다니는 박쥐같은 형과 형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를 갈구하고 허구한 날 돈 얘기뿐인 고양이 같은 메기까지, 그저 의미 없는 욕망에 눈이 멀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들이 우습고 시시하다. 마치 흡혈귀에게 모든 살과 피를 빨아먹힌 모습의 브릭에게도, 열정과 패기가 가득했던 시절은 존재했다. 대학시절 그는 풋볼 선수였다. 그때 매기와 결혼했고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브릭에겐 스키퍼라는 절친이 있었다. 함께 풋볼 선수 시절을 보냈고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존재였다. 사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진심이 무엇인 지는 자기 자신도 깨닫기가 어려운 법이다. 아내 메기는 스키퍼와의 관계를 친구 그 이상이라고 의심했고, 메기는 스키퍼와 잠자리를 가지게 된다. 그 후 스키퍼는 브릭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고 브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술과 마약에 의존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거둬버리고 만다. 이것이 브릭이 삶의 끈을 놓고 알콜중독자로 전락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메기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었을까. 스키퍼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그 시절 미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고, 그것은 알고 있지만 알아서는 안되는, 스키퍼 그리고 브릭 자신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면이 스키퍼를 끝내 파멸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원망이 결국 메기에게 자책감을 떠넘기며 그녀와 잠자리를 가질 수도, 사랑을 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딸칵 소리가 날 때까지 술을 마시다 보면 이 죄책감도, 이 구역질 나는 위선도, 그리고 스키퍼와 메기까지 다 덮어두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생신날, 메기로부터 사실 아버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형과 형수네가 재산 상속을 목적으로 이 사실을 부모님께 숨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생신 파티 당일, 어김없이 술에 빠져있는 브릭에게 아버지는 뜬금없이 자꾸만, 자꾸만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요구했다. 자꾸만 아버지는 메기와의 소홀한 부부관계를 빌미로 자신이 덮어두었던 그때 그 일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독불장군 같은 아버지가 이제 와서 갑자기 대화라니, 진절머리가 나고 이 방 안에서 벗어나고만 싶다.

    -병이 낫고 다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를 저토록 열정적이게 만드는 것일까?

    결국 위선 앞에서 당신의 죽음조차 내다보지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일까?

    어째서 자꾸만 덮어두고 싶은 그 일을 끄집어 내서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일까

    이런 끝나지 않는 말씨름 속에 메기로부터 그날의 진실을 듣는다. 우리 관계의 진실을 알고자 메기는 스키퍼를 찾아간다. 남편을 그만 사랑해달라고, 아니면 고백해달라고. 스키퍼는 그것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메기와 잠자리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우리의 관계를, 자신의 떳떳한 진심을 증명해 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스키퍼의 용기를 브릭은 외면했다. 그날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회적 통념이라는 허위 아래 진심은 외면되었고, 모든 것은 가짜로 묻어버렸다. 모든 사실이 자비 없이 벗겨저버린 이 광경 앞에서 그는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고결하고 순수한 척했지만 스키퍼의 고백과 내 진심을 인정하지 못했던 나 또한 비겁한 위선 덩어리일 뿐인 것을. 아버지의 마지막 생신날에서야 과거 자신과 스키퍼, 그리고 메기와의 얽힌 상처를, 그리고 실은 자신들을 사랑했으나 본인 또한 위선 속에 갇혀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다. 허위를 진실로 만들자는 메기,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용기 내어 고백하는 메기에게 '그게 사실이라면 웃기지만' 나도 그저 그런 우스운 모든 것들과 조금씩 더불어 살아가보려 한다. 뜨거운 지붕 위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메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욕망 덩어리의 고양이들 중 지극히 솔직하고 거침없는 고양이다. 똑같이 빅파더의 재산을 탐하는 쿠퍼와 메이 부부지만 허위와 위선으로 속이며 엿듣는 그들에 비해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 그녀를 여타 고양이들과 달리 사랑스럽고 빛나게 보인다.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동물인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메기는 이 희곡 속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그들이 상처와 오해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빅파파와 브릭, 부자지간의 대립과 오해 속 연결 다리, 남편과 자식들의 사랑에 소외된 채 복종과 수긍의 방식을 택한 어머니의 대변과 이해, 빅파파의 재산을 두고 쿠퍼와 메이 부부와의 직접적인 갈등, 과거 남편 브릭과 친구 스키퍼와의 관계, 그리고 그 아슬아슬한 관계를 클라이막스인 비극으로 당겨준 방아쇠 역할. 나아가 이야기의 흐름 대부분을 메기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극의 제목이자 모든 인물들을 대변하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자신들의 허위와 욕망을 인정하지 못했던 다른 인물들에 비해 메기를 훨씬 성장된 인간, 전지전능한 인물로 보여주고 있다.

      ​메기는 꽤나 용의주도하다. 게다가 예쁘고 매력적이다. 심지어 그것을 자신도 알고 있고 현명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 풋볼 선수이자 완벽한 얼굴과 몸매, 그리고 돈 많은 집안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브릭을 사랑하고 결혼까지 성공하면서 기나긴 가난이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긴장을 늦출 순 없다. 끊임없이 발톱을 세워야만 한다. 이 행복을 유지하려면 남편 브릭이 아버님의 재산을 상속받아야 하는 데 남편은 알콜에 빠져 돈에는 관심도 없고 형과 형수 부부들은 호시탐탐 우리 부부를 감시하고 까내리며 아버님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 거기다 형수는 자신은 닮아 뚱뚱하고 목 짧은 애들을 우루루 낳아놓고 부모님 앞에서 과시하고 있다. 시끄럽고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들... 마치 자신을 '아무리 예뻐봤자 자기 남편의 사랑도 못 받아서 애도 못 낳는 불쌍한 여자'쯤으로 업신여기는 기분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속상해서 남편에게 쪼르르 수다도 떨고 애교도 부리고 아름답게 치장도 해보지만 어쩐지 브릭은 아직도 과거의 '그 일'에

    멈춰진 채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이러다가 사랑도, 돈도, 이 행복도 다 잃을 것만 같아서 메기는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한시도 발톱을 숨긴 채 맘 편히 발 뻗고 잠들 수가 없다. '그날'의 일을 오해하고 자신을 원망하는 브릭에게 사실을 얘기하고 싶지만 남편은 도무지 내 말을 들어줄 생각조차 없다. 난 그 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그 눈빛, 그 말투, 그저 친구가 아닌 사랑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왜 그 둘은 자기 자신의 진심조차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남편과 달리 여리고 나약한 스키퍼의 옆자리에서 브릭이 희생하고 무너지는 걸 원치 않는다. 스키퍼에게 찾아가서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브릭을 위해 그만 떠나가 주거나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마음속 깊이 숨겨놓은 그 진심을 털어놓으라고. 그런데 그 나약한 스키퍼가 스스로 우리의 관계가 떳떳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한다. 그 증거로 이성인 나와 관계를 갖겠다고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 떨리는 눈빛으로 당신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스키퍼는 나와의 관계를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그날, 스키퍼는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지만 남편은 거절했다. 바보 같은 남자들.. 어쩜 자신들의 진심조차 스스로에게 속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왜 솔직하지 못한 걸까?

    하지만 내가 스키퍼를 찾아갔던 것이 아무래도 우리 셋을 비극의 끝자락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스키퍼는 알코올과 마약 중독으로 힘들어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그 이후로 브릭은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술만 마셨고 풋볼도 그만두었다. 아마 브릭은 내가 스키퍼를 찾아가 잠자리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날 보는 그의 원망 어린 눈빛이 마음이 아프다. 그는 날 더 이상 여자로 생각하지도 않고 날 사랑하지도 않았다. 모든 걸 포기한 채 침착해져버린 패배자의 모습마저도 이토록 사랑하는 데.. 난 홀로 남아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외로운 암고양이 일 뿐이다. 아무래도 집안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나 눈치 빠른 고양이 메기는 형수 내외가 작당을 꾸미는 것을 느꼈다. 분명 어머님은 아버님이 모든 병이 나았고 경련성 결장 외엔 건강하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 데 이건 그들이 아버님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암으로 돌아가실 것을 숨기고 알코올 중독인 내 남편을 치료센터에 집어넣으려는 게 틀림없다. 이런 와중에 남편은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버님 생신날, 남편은 아버님과 방에서 평소 잘 하지도 않던 대화를 하더니 아버님이 나를 큰 소리로 부르신다. 우리의 부부관계에 대해 물으신다.

    망할 형수네가 또 우릴 엿듣고 고자질한 게 틀림없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나와 브릭의 오해 그리고 오랫동안 묵혀온

    남편과 아버님의 단절을 해결해 나갈 유일한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날, 허위와 위선에 감춰져 있던 이 집안의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사실을 듣고 상심에 빠진 어머님 앞에 온갖 법적 서류들을 들이미는 쿠퍼와 형수까지.. 난 이곳에서 나와 브릭, 이 집안을 위해 또 다른 허위를 과감히 던져버렸다.

      -제가 임신을 했어요, 브릭의 아이를 가졌어요.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는 형수, 그리고 감격에 겨워 나를 안아주시는 부모님,

    무엇보다 나의 거짓말, 그리고 진심을 기꺼이 받아준 나의 남편 브릭..

      -브릭, 우리 거짓말을 진짜로 만드는 거야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 난 이제 당신보다 강하고 당신을 더욱 사랑해 줄 수 있어, 당신의 삶을 빛나게 되돌려 놓을 거야

    리뷰

    허위와 위선, 욕망 ..

    이 글이 쓰인 1920년 대 미국이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나 삶에 있어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주어진 분수대로 살아라, 욕심내지 말아라, 거짓말하지 말아라 .. 무엇이 대의와 선의를 위한 거짓이고 무엇을 위한 욕망이 우리 삶을 굴러가게 하는 쳇바퀴인 것일까. 어쩌면 이런 것들은 인생의 자양제, 양분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꽤 욕망이 많은 사람이다. 동시에 게으르고 계획 없는 사람이다. 나의 무기력함을 일깨워서 내가 하루하루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욕망' 이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는 표면적인 돈, 명예, 명품, 사치, 권력의 욕망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켜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나아가 이것은 삶의 열정, 밑거름 같은 것이다. 때때로 지나친 욕망은 나를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치게 했다. 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들은 패배가 되어 나를 갉아먹고 움켜쥐어 독이 되었다. 정신을 갉아먹던 감정들은 끝내 나의 신체 곳곳을 무너트려 머릿속에 굴러가는 욕망들을 완전히 포기한 채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치 브릭의 한쪽 다리의 목발처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것이 무기력해져 식물인간이 된 것만 같았다. 그저 그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음에 만족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굶지 않으면 괜찮았고 집이 있어 얼어 죽지 않으면 괜찮았다. 나아가 따뜻한 가족들이 있고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고 더 나아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길 희망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죽어있던 내 머릿속의 욕망이라는 톱니바퀴에 조금씩 기름칠을 하기 시작했고 아주 살살, 욕심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톱니바퀴를 굴려가면서 나는 다시 내 몸의 자양분이 솟아나 나로써, 나라는 존재로써 온전히 살아가고 있음을 느껴갔다. 모자라지 않게, 그리고 지나치지 않게,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목표를 설정하고 나는 다시 인생을 인생으로써 살아갈 수 있었다.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악의 없는 거짓말과 나를 깎아내리는 허위들을 구분하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저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다.

    다들 뭣도 모르고 태어나 뜨거운 양철 지붕같이 험난한 인생을 우당탕탕 버텨내고 있는 우리네 인간들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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